아래의 글은 학생들이 아닌,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기 위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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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에서도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 시도 때도 없이 활용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특정 주제에 대해
참석인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회의 기법'입니다.
제가 기획팀 신입사원이었을 때, 팀장님께서는 자주 팀원들을 모아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습니다.
기획팀이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늘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팀장님께서 가져오신 브레인스토밍 주제들은 대부분 배경지식이 좀 있어야 몇 마디라도 던질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즉, 배경지식 없이 아무 말이나 떠들어 대면 그만인 주제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시간들이 매번 엄청나게 힘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저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선배들도 사실 이 회의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외의 브레인스토밍을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실무자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브레인스토밍의 룰을 철저하게 지키며 진행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의 룰(Rules of Brainstorming): ①아이디어를 낼 때 평가하지 마라, '평가는 나중에'(Defer Judgement), ②모든 아이디어는 참석자들이 볼 수 있게 기록한다(Be visual), ③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켜라(Build on the Ideas of others), ④모두가 참여해야 한다(Everyone should participate), ⑤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Focus on quantity)...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 브레인스토밍을 상당히 비효율적인 회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제가 리더가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리더가 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브레인스토밍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브레인스토밍을 잘 활용하는 팀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브레인스토밍은 제가 근무하는 기획이나 전략팀과는 맞지 않는 회의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몇 가지만 나열해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조직(특히 회사)의 특성을 떠올리며 글을 읽어보시면 더 쉽게 이해가 되실 듯합니다.
1. 브레인스토밍에 적합한 주제가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려면 ①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배경 지식을 보유(비록 그 깊이는 다를지라도)하고 있거나, 아니면 ②해당 주제가 배경 지식이나 업무 경험 없이도 아무나 떠들어 댈 수 있는 주제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②번을 예로 들면, '팀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워크숍(Workshop, Outing)'이나,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한 호프데이' 등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은, 즉흥적으로 접근해도, 나름 참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들 모두 충분한 사전 고민이나 배경 지식 없이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회사에는 그런 종류의 일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담당 업무도 다르기 때문에 ①과 같은 상황이 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2. 회사는 학교처럼 수평적인 조직이 아니다.
회사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수평적인 조직을 구현한 회사라고 해도 학교와 같이 수평적일 수 없으며, 당연히 리더(주로, 팀장이나 임원으로 평가 권한을 보유한 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회사이든 외국계 회사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없답니다. 평가자들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쉬지 않고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브레인스토밍이니 서로 비판하지 말고 자유롭게 이야기합시다. 브레인스토밍은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는 정성평가(定性評價, Qualitative Evaluation)와 동료평가(同僚評價, Peer Review, 360° Review)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3. 브레인스토밍은 시간 낭비다.
업무량이 많은 우리나라 실무자들에게는 사실 브레인스토밍은 시간 낭비(時間浪費, Waste of time)에 가깝습니다. 요즘 조직원들은 각자가 담당하는 일도 처리하기 힘든데,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도 아닌 일에 아이디어를 모으고 앉아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최근 기업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실무자들이 늘 부족합니다. 그래서 개별 실무자들의 업무량도 과거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인력을 충원해주기는커녕 꾸준히 줄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연 감소하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신규 채용은 줄이고 있으며 기존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감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 죽이기 식의 브레인스토밍으로 다른 사람의 업무를 도와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원들은 모두 '어서 자리에 돌아가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할 생각'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이 일은 내 일이 아닌데 왜 우리가 함께 모여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런 분위기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이후 더욱 심해졌습니다.
4. 무한 경쟁사회(無限競爭社會, Unlimited Competition Society)의 정착
현재의 조직원들은 무한 경쟁사회에 적응을 완벽하게 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바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이 제공한 아이디어로 다른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거나 승진을 하는 꼴은 절대 보지 않을 것입니다. 동료애(同僚愛, Love and admiration among colleagues)는 이미 역사가 됐습니다. 물론, 현재의 이런 문화를 만든 것은 원칙을 무시하고 단기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경영진들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은 선배들이나 팀장들도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나 팀원들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을 위해 제공한다는 것은 아마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채택된 아이디어들이 경영진에게 보고될 때에는 대부분 팀장이나 임원의 아이디어로 보고가 된답니다. 실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사람의 이름은 영원히 뭍히게 되는 것입니다.
5. 아이디어가 업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이를 더 추진(推進, Development)시키거나 아니면 관련 조사라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현재 수행해야 하는 일을 줄여주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즉, 현재 하고 있는 일에 그 일이 추가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생각보다 골치거리(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심심을 피폐하게 만드는 갈등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개발된 아이디어는 대부분 다른 사람의 성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즉, 이런 일은 대부분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물론 동료들 간에 돕기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이디어를 뺏겨보시면 쉽게 동료들(팀장 포함)을 신뢰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6. 리더가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다보면 참석 중인 리더(최상위자)가 원하는 아니면 그가 좋아하는 답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종류의 아이디어가 나오면 리더의 표정이나 눈 빛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둔한 분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런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거나 그런 아이디를 강화(强化, Reinforcement)하는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튼 좋은 아이디어인지 여부는 최상위자가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과연 진짜 참신하고 창의적인 아이어를 원하는 것일까? 모든 인간이 그렇게 참신하고 창의적인가? 아니면 그런 아이디어를 정말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나? 브레인스토밍을 한번이라도 해보신 분이라면 분명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학교나 스타트업과 같이 비슷한 경험치를 보유한 분들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이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것을 거의 활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는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리더들(팀장 이상 CEO까지)도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시장에는 이에 대한 대안도 나와 있습니다.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이 바로 그것입니다.
브레인라이팅이 생소한 분을 위해 이를 간단하게 요약해드리면, 브레인라이팅은 브레인스토밍과 같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한 회의이지만 이를 말이 아닌 글로 적어 제출(또는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브레인라이팅 활용법을 상세하게 풀어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이를 세부적으로 다르게 활용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 참석자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 좌석을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배치하고 착석합니다.
- 리더가 브레인라이팅 주제를 상세합니다.
- 그리고 각 참석자에게 아래의 이미지와 같은 Sheet(인쇄한 종이)를 한 장씩 배부합니다. 이 Sheet의 가로는 5칸(최대로 적을 수 있는 아이디어 갯수)으로, 세로는 참석 인원수로 칸을 구획합니다. 그리고 포스트잇을 사용할 경우 각 참석자에게 충분한 양을 나눠줍니다. 아래 예시된 이미지를 기준으로 각 참석자별 필요한 포스트잇은 최소 24장(Idea 4개 X 6명)입니다.
- 각 참석자들은 배부받은 Sheet의 맨 윗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5개 이내로 적고(아래 참고 이미지에서 Round 1), 그 Sheet를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넘겨 줍니다.
- 그리고 오른쪽에서 넘겨 받은 Sheet에 적힌 아이디어와 관련된, 구체적으로 이를 더 Development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해당 아이디어의 바로 밑에 칸에 적습니다(아래 참고 이미지에서 Round 2).
- 종이가 한 바퀴를 돌 때(아래 참고 이미지에선 6 Round)까지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 그리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아이디어들을 리뷰합니다.
※ 참고: 참석자가 6명일 경우, 참석자 1의 Sheet
그리고 브레인라이팅의 강점을 강조하는 분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 브레인라이팅은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브레인스토밍처럼 말로 아이디어를 내놨다가 공개적으로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없애줬다.
- 더불어 발표력이나 표현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자신감을 제공했다.
- 순발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제공해 보다 정제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확실히 브레인라이팅은 브레인스토밍보다 한 단계 진보된 기법인 듯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인라이팅이 위에서 언급한 브레인스토밍의 한계를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안이 그렇듯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안을 만들면 늘 부족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브레인라이팅을 활용하지 않을 것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할 분들을 위해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 브레인스토밍이나 브레인라이팅을 하시려면 반드시 해당 주제를 사전에 공유해야 합니다. 즉 해당 주제에 대해 미리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줘야 합니다. '회의 장소에서 주제를 설명하는 것'에 거부 반응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이해나 고민(또는 생각)의 속도가 모두 동일하지 않답니다.
- 아이디어를 창출한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채택된 아이디어를 창출한 사람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 브레인스토밍이나 브레인라이팅 시간도 근무시간이라는 것을 리더가 인정해야 합니다. 그 인정의 방법은 현재 업무의 기한을 모두 그에 맞게 연장해주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 다른 회의와는 다른 성질의 회의이기 때문입니다.
- 단순한 아이디어로 브레인스토밍이나 브레인라이팅을 활용하지 마세요. 만약 그런다면 당신의 평판(評判, Reputation)은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직원들은 절대 한가하지 않습니다.
- 온라인 익명 채팅(오픈 채팅방)이 도움이 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영문 버전으로 완성하기 전에는 한글 버전도 계속 보완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부족하지만 제 경험과 지식이 더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어 본 것입니다.
인생 짧습니다. 하루 하루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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